[북리뷰] 동료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나요?
📚북캠프에서 <상자 밖에 있는 사람>
임원 자리로 새 회사에 입사하게 된 오늘의 주인공 톰, 입사 한달이 지나 경영자 개발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부사장을 만납니다. 중견 간부직 대상 경영자 교육이라면 부서장의 관리능력에 대한 세션 같은 것을 기대할 텐데, 이 과정에 대해 들려오는 이야기는 이런 기대를 벗어납니다.
사람들은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는 존재임에도, “어떻게 하여 실제적인 결과를 만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배울 수 있게 된다 (21면)
실제로 톰은 부사장은 물론, 회사의 대표와 전 대표까지 마주하며 이런 이야기들을 반복해서 듣습니다. ‘상자 안에서 빠져나와 내 앞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세요,’ ‘동료를 대상으로 보지 말고 각자의 욕구와 생각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세요.’ 흠, 제가 톰이었다면 내내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물론 톰도 중간중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동료를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이 회사 지금 자리에서 일을 잘하는 것과 그게 무슨 상관이지?’

오늘 소개할 책은 레몬베이스 미니 북캠프*에서 함께 읽은 <상자 밖에 있는 사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자 안’에 들어가 주변 사람들을 오해하고, 나의 프레임에 맞춰 인식하며, 심하게는 나의 의도나 욕구에 맞게 멋대로 그들을 판단하기도 한다고 책은 지적합니다. 더 나아가 이것이 개인의 삶은 물론 회사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짚어내기 위해, 책에서는 어떤 개인의 상담이 아니라 새로 합류한 임원의 리더십 교육이라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 ‘상자 안’에 있는 사람들이 성과를 위협하는 방식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요?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개념 중 ‘공모’를 위주로 살펴보며 소통과 성과의 연결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공모는 상자 안에 있는 상태가 개인을 넘어 서로와 그들이 속한 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흐름을 잘 보여주는 개념인지라 조직의 성과관리 관점에서 이 책을 들여다보려고 할 때 특히 꼭 짚어야 할 지점입니다.
*레몬베이스 북캠프는 여러 기업의 팀 리더들과 함께 팀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 커뮤니티입니다. ‘미니 북캠프’는 기존 북캠프 참여자를 대상으로 참여자 중 한명이 모임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내 동료가 일을 못하기를 나도 모르게 바란다면?
(마케팅팀장😠) ‘가장 필요한 때를 다 지나서 이제서야 배포한다니, 비개발팀에서 개발 요청한다고 무시하는 거 아냐?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매번 일정이 이렇게 밀린담. 우리도 나름 양보해서 필요한 스펙 중에서도 최소한의 것만 남겨서 요청한 건데 자꾸 이러는 건 기능 개발 요청은 앞으로 하지도 말란 뜻인 거지?’
(개발팀장😩) ‘전부터 마케팅팀은 개발 요청할 때마다 무리한 일정에다가, 요구사항도 대충 정리해서 무턱대고 요청을 해버리니 난감하네. 바쁜 와중에 그래도 나름 빠르게 작업한 건데 배포 연락받고도 고맙다 소리는커녕 퉁명스럽게 대답하질 않나… 계속 이런 식으로 협업해야 하는 건가?’
이해를 돕기 위해, 꽤나 격앙된 협업 당사자들의 속마음을 구성해봤습니다. 협업의 결과가 일차 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감정의 골이 깊어진 걸까요?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책에서 설명하는 ‘공모’ 상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모’는 두 사람이 “상대방의 원치 않는 행동을 서로 부추기”면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자신을 정당화하는 상태에 놓인 것을 뜻합니다. 마음 속으로 상대가 나의 기대에 따라주기를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상대를 보면서 나의 비난을 옳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안도”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서로에게 동시에 적용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상대방이 나를 비난하거나 학대하는 걸 스스로 돕는 셈이기도 합니다. 이율배반적인 일이지만, 특히 일의 진전과 그에 따른 성과 책임을 안아야 하는 회사에서 이러한 공모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예시 상황 역시 충분한 수준의 기능이 제때 개발되지 않은 지경에 이르기까지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할 만한 것인데, 공모 상태를 거치며 책임 소재는 모호해지고 이후 있을 수 있는 협업에서의 개선도 이루어내지 못했지요. 남은 것은 동료 사이에 깊어진 감정의 골뿐입니다.
그렇다면 공모 상태에 놓인 이들은 왜 서로 원치 않는 행동을 부추기게 되는 걸까요? 책에서는 그 근원에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자기배반’)가 누적되면서 스스로를 ‘상자’ 안에 가둬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위 상황 속 두 사람의 경우라면 서로를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었을까요? 마케팅팀장은 개발팀의 상황을 고려해 일정과 스펙 등 요구를 먼저 조정한다든가, 기능 개발 일정이 밀리는 문제 상황의 원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개발팀장과의 1:1 미팅 등을 해볼 수 있을 것이고, 반대로 개발팀장이라면 구체적인 개발 프로세스를 잘 알기 어려운 협업 상대를 위해 개발 요청을 더 잘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마련하는 등의 행동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행동을 하는 대신, 자기의 요구는 상대의 것보다 더 우선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를 들어주지 않는 상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 실제 그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상대를 쉽게 비난하는 편을 선택한 것이지요. 그런 와중에 ‘우리의 요청을 무시한다’랄까, ‘무턱대고 개발 요청을 한다’와 같은 내용은 사실 정말 그런 것인지 서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자기의 비난을 합리화하는 중에 생겨난 ‘자기기만’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자기기만: 특정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 이로 인해 실제와는 다른 왜곡된 시각으로 문제들을 바라봄으로써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며, 책에서는 이를 ‘상자 안에 있다’고 표현한다.
- 자기배반: 어떤 상황을 두고,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 자기배반을 행할 때 스스로 자기배반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시야가 왜곡되며, 이로 인한 나의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자기배반을 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 공모: 두 사람이 자기배반을 교환함으로써 서로 잘못 대하는 것을 부추기고 자기 정당화를 상호 강화하는 상태.
구성원의 ‘공모’가 회사에 치명적인 이유
공모 상황이 회사의 생산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이 일례만 보더라도 자명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먼저 갈등의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보다는 ‘내가 아닌 상대에게 잘못이 있다’는 인식, 곧 자기기만에 따라 서로 상대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를 찾는 데만 집중하느라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공모 관계에 있는 구성원들은 감정적으로 이미 불편한 사이가 되는 만큼 협업에도 악영향을 끼치지요. 더군다나 공모에 이르렀다는 것은 각자가 ‘상자 안에 갇힌’, 즉 선입견에 빠져 있는 상태인 만큼 상대방의 의도나 상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협업을 하려 해도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조직 전체의 큰 목표를 향해 다같이 나아가야 할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이렇듯 공모 관계로 뿔뿔이 흩어지면, 큰 원동력을 기대하기란 어렵겠지요.
더욱이 책은 한 장(章)을 할애해 ‘상자 안에 있는’ 상태에서는 창조적 결과 창출이 어렵다는 점을 짚습니다.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은 두 가지에 ‘열중’하게 되는데, 하나는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해 하지 않으면서 핑계를 대고, 탓하며, 비난하며, 책임 회피를 정당화하는 ‘하위단계’의 행동”이며, 다른 하나는 그런 행동을 하는 “자기 자신”입니다.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이 만약 이미 높은 직급에 올라 있거나 연봉을 많이 받는 등 회사 내에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상태에 있다면, 그 사람은 과연 “다른 이들이 자신 만큼의 성공을 거두는 걸 좋아할까요?” 공모로 이미 갈등 상황을 겪은 옆 동료와 유용한 정보도 점점 공유하려 하지 않을 테고, 이를 안 그 상대는 자기 역시 같은 태도로 대할 것입니다. 상자 안에 있는 상태의 가장 큰 문제는 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상대 역시 상자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구성원이 서로에 대해 상자 안에 있는 조직이라면, 이미 그 조직은 하나의 유의미한 공동체라고도, 무언가 생산적인 행동을 해낼 존재라고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공모의 형태는 전염병처럼 서서히 더욱 멀리, 그리고 더 넓게 퍼져나가 마침내 동료가 동료에게 맞서고, 한 팀이 다른 팀에 맞서며, 부서와 부서가 맞서게 되는 불편하고 불행한 사태를 빚어내게 됩니다. 조직, 혹은 회사의 이익 창출이나 성공을 목표로 모인 사람들이 실제로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실패하는 것을 은근히 바라고 다른 부서가 성공을 거두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정도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조직은 응집력이 없어지고 지속적인 성장에 대한 에너지가 보이지 않게 서서히 소멸하여 가는 것이죠. (177면)
‘사람 대 사람’으로 일하는 조직
성과관리와 경영이론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지고, 시스템이 강조되는 흐름도 점차 거세지는 듯하지만 결국 회사는 ‘사람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는 조직입니다. 이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나의 성공을 보조하는 존재’ ‘내 성과를 방해하는 존재’ ‘경쟁자’ 등으로 대상화해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동등한 존재로서 가치를 지닌 ‘사람’으로 대할 때 진정한 의미의 조직이 성립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책에서도 역시 상자 밖으로 나오는 것은 곧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나와 같은 사람, 즉 나와 동일한 가치를 지니며 그가 가진 요구 또한 나의 것과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설명합니다.
상자는 내가 어떻게 상대방에게 저항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저항하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나는 자기배반이 결코 외부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중략)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한 저항을 그만둘 때, 우리는 상자 밖에 있는 것입니다. (234~35면)
자기가 상자 안에 있는지, 동료와 공모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파악하는 건 단박에 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스스로를 외부에서 바라보듯 돌아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남의 상자는 보이는데 내 상자는 안 보일 수도 있고, 스스로 상자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되더라도 거기서 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가 바뀐다고 해도, 만약 상대가 여전히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나를 대한다면?’ 하는 불안은 아마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고요. 그럼에도 책은 완벽해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지금보다 더 좋아지겠다는 마음으로 변화를 시작해보라고 권합니다. 내가 먼저 동료를 ‘사람’으로 인지하고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보는 시도가, 조직 전체를 바꾸는 큰 한 걸음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