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고성과 조직의 세 가지 조건
고성과 조직을 이끄는 경영진, 리더, HR
“AI는 누구나 씁니다. 명확한 방향성, 좋은 리더십, 건강한 문화를 가진 강한 조직은 AI를 통해 더 강해집니다. 하지만 혼란스럽고 비효율적이며 잘못된 의사결정이 반복되는 조직은 AI를 통해 오히려 더 많은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경영진이 동기를 만들고, 리더가 능력을 키우고, HR이 트리거를 설계하는 조직, 저는 그런 조직이 AI 시대의 고성과 조직이라고 믿습니다.”
강정욱 레몬베이스 People&Culture(P&C) 리드는 ‘원티드 하이파이브 2026’에서 <AI 시대, 고성과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고성과 조직의 경영진, 리더, HR은 어떻게 다를까요? 각 주체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고성과 조직을 이끌 수 있을지, 발표 내용을 요약해 전합니다.

고성과 조직=지금도, 앞으로도 승리하는 조직
강정욱 리드가 말하는 고성과 조직은 “변화하는 환경에 걸맞은 행동 변화를 통해 끝내 적응하는 팀, 쉽게 타협하지 않는 팀, 끝내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믿는 그런 팀들”입니다. 단순히 매출과 이익이 많다고 해서 곧 고성과 조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거죠. 구성원들이 ‘우리가 지금 성과를 잘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앞으로도 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때가 있지요. 그럴 때의 팀, 즉 지금 이기고 있고, 앞으로도 이겨나갈 것이라고 기대되는 조직, 즉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를 가진 조직이 바로 강정욱 리드가 정의하는 고성과 조직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조직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행동(behavior)은 동기(motivation), 능력(abillity), 트리거(trigger)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는 ‘포그 행동 모델(Fogg Behavior Model)’을 빌어 설명하면, 우선 어떤 행동이 촉발되려면 그 행동을 하고 싶다는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AI 활용을 예로 들면, ‘AI를 쓰고 싶다’는 동기가 있어야 하죠. 다음은 동기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입니다. 동기가 있더라도 그 일이 너무 어려우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습니다. AI 활용 능력이 받쳐줄 때 비로소 실행이 가능해집니다. 다행히 AI는 점점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있죠. 마지막으로 우리가 쉽게 놓치는 조건인 ‘트리거’입니다. AI를 쓰고 싶고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도 써볼 계기가 있어야 쓰게 됩니다. 한때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 열풍이 불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AI를 처음 써봤죠. 이게 바로 트리거입니다.
조직에서 이 세 가지를 책임지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은 경영진입니다. 조직에 이유와 목적을 제공하는 역할이지요.
능력을 좌우하는 것은 리더 그룹입니다. 조직의 실력은 결국 리더의 수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트리거를 설계하는 것은 HR입니다. 일하는 방법, 환경, 제도를 만들고 조직의 습관을 설계하는 일이 HR의 본질입니다.”

경영진은 동기를 제공한다
첫 번째 조건은 경영진의 동기 부여입니다. 고성과 조직의 경영진은 변화의 '왜(Why)'를 분명히 설명하고, 그 변화를 스스로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 변곡점으로 평가 받는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신경영 선언)’에서 변화에 임하는 경영진에게 요구되는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유명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발언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뒷다리론’도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달릴 사람은 달리고, 걸을 사람은 걸어라. 또 쉬었다 갈 사람은 쉬어라. 안 자르고 월급도 주겠다. 대신 다른 사람의 뒷다리는 잡지 마라. 뒷다리 잡는 사람이 있으면 달리고 싶은 사람은 못 달린다.” 달리며 따라오든 걸으며 따라오든 나아간다는 경영진의 결단과 동기를 꺾지 않는 환경을 만들라는 주문이 지금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널리 퍼져있지요.
세계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를 공동 창업한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의 구분에 따르면 ‘창업가 모드(Founder Mode)’와 ‘관리자 모드(Manager Mode)’ 중 ‘창업자 모드’가 요구되는 것이지요. “지금 같은 시대에는 관리자 모드는 시효를 다한 것 같습니다. 성과 지표를 관리하고, 업무를 유임하고,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정도에 머무르는 관리자 모드로는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비전을 세우고, 직접 돌아다니고, 계속 비전을 설파하며, 현장에서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AX(AI 전환) 역시 경영진이 직접 참여하느냐, 아니냐가 성패를 가릅니다. AX 교육을 진행할 때 경영진이 직접 교육에 참석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요. 경영진이 참석한 조직은 이후 실제로 교육 내용을 활용하고 변화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경영진이 빠지면 그만큼의 변화가 따라오지 않는다고 강정욱 리드는 강조합니다. AX 컨설턴트들도 ‘AX 성공에 가장 큰 차이점 하나만 꼽으라면?’이라는 질문에 ‘경영진의 AI 활용 여부’를 꼽는 경우가 많지요. 명확히 방향성을 잡고 직접 모범을 보이는 일은 경영진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리더는 능력을 키운다
두 번째 조건은 리더의 능력입니다. 높은 성과를 이끄는 리더십 역량은 무엇일까요? 레몬베이스가 한 고객사와 3년에 걸쳐 진행한 리더십・조직 진단 결과, 꾸준히 높은 성과를 내는 리더들의 공통점으로 두 가지 역량이 도출됐습니다. 바로 학습 민첩성과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 역량입니다. “학습 민첩성이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 고성과 리더들의 공통 분모라는 사실은 데이터 분석 전에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프로세스를 빠르게 재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데이터로 확인됐습니다.”

학습 민첩성과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 역량이 리더에게 지금 특히 요구되는 이유는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회의를 하면 회의록을 작성해 의사결정 사항을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기획서를 쓰고 디자인, 개발, QA(품질보증)를 거쳐 소프트웨어 기능이 출시됐습니다. 요즘 AI를 잘 쓰는 조직은 어떻게 일할까요? 회의에서는 수기로 기록을 남기는 대신 녹음을 하고, 녹취록을 바로 프롬프트로 입력해 제품 개발로 넘어가 마지막에 사람이 검토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중간 단계들이 대거 생략되고 있는 것이지요.
또다른 사례도 발표에서 언급됐습니다. 별도의 CS(고객 서비스) 인력 없이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고객 응대를 했던 한 회사는 코드베이스 분석 결과와 제품 정책이 정리된 SSOT(Single Source of Truth) 문서, CS 매뉴얼을 모두 AI에 학습시켜 자동화를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고객 문의가 들어오면 자동으로 답변 초안이 생성되고, 사람이 마지막에 보낼지 말지만 판단하면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무엇을 문제로 규정할지, 어떤 일을 어떻게 재설계할 수 있을지를 발견하는 힘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문제 해결은 AI 덕분에 오히려 쉬워졌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능력이 리더의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AI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채용 후보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보입니다. 전통적 리더십은 기본이고, AX 역량까지 모두 갖춘 인재(AI로 증강된 리더십)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리더가 전통적 리더십 및 전문성, AI 역량 및 유연성이라는 두 축을 모두 충족하도록 리더십 기준을 다시 설정하고 계속 강조해야 합니다. 기준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것이 HR의 역량입니다.”
HR은 트리거를 설계한다
세 번째 조건은 HR의 제도 설계 및 운영입니다. 경영진이 방향을 제시하고, 리더가 각 팀의 실력을 만든다면, HR은 그 변화가 조직의 일상이 되도록 ‘트리거’를 설계합니다.
“AI는 인재상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재깍재깍 업데이트하고 조직에 계속 넛지를 주는 것이 HR의 일입니다.”
성과관리를 예로 들자면, HR 담당자들은 전사 목표 현황을 적절히 가시화해 ‘우리 지금 이렇게 가고 있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 합니다. 이제 ‘작년에 KPI(핵심성과지표)였으니, 올해도 그대로 가자’는 식은 매우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테스트 커버리지(Test Coverage)는 테스트가 실행된 소스 코드의 양으로, 테스트가 충분한지를 정량화하는 지표입니다.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를 높이기가 어려워 KPI로 설정해 달성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AI가 코드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테스트 커버리지를 높이는 시스템을 만들어줘”라고 프롬프트를 작성하면 AI가 바로 만들어냅니다. 예전에 중요했던 KPI가 지금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지요. ‘이 목표를 여전히 추구할 가치가 있는가’를 계속 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OKR(목표와 핵심결과)이 잘 작동하고 있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차이는 ‘잔소리꾼이 있느냐 없느냐’라고 합니다. 조직의 변화가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잔소리꾼’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경종을 울리고 ‘이러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이 끝내 조직을 바꿉니다.
AX로 고성과를 이끄는 세 가지 조건

끝으로 세 가지 조건을 AX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보겠습니다. 경영진은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우리 회사는 AI 네이티브 조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통해 동기를 불어넣는 일은 경영진 말고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리더는 상방을 확장합니다. 조직 변화의 속도와 천장을 결정하는 것은 리더입니다. 자율적으로 시도하고 실험하며 조직의 실제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은 리더가 해야 합니다. HR은 하방을 막아줍니다. AX를 위한 제도, 평가 기준, 인재상, 그라운드룰을 마련해 최소한의 행동이 일어나도록 트리거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 하방 설정이 조직 구성원 모두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