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아도 되는 일' 함께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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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하이커 님

지난주 레터에서는 집중력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지금 나에게 중요한 일을 찾고 정하는 법'을 살펴봤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를 직접 보내주신 하이커 님도 계셔서, 뿌듯함과 동시에 이 주제가 지금 많은 이들에게 중요한 문제임을 다시 느끼기도 했지요.

그런데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곧 내 앞에 놓인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집히는 대로 일을 해나가기만 하면 문제 없는 상황에서는 우선순위를 따질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지만 새로운 일이나 목표가 계속 추가된다면? 함께 물어야 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일들, 정말 다 해야 하는 일이 맞을까요?'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해 할 일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처리하는 것이 업무 과부하에 대응하는 개인적인 노력이라면, 조직 차원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미국스트레스연구소는 "장시간의 과도한 업무량은 직장 내 주요 스트레스 원인 중 1위"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링크) 업무 과부하를 막는 것은 구성원의 건강과 리텐션, 성과 추구에 있어 꼭 필요한 일(링크)이기 때문에, 조직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는 것의 중요성은 '해야 하는 일'을 찾는 것만큼이나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Lemonbase Camp Weekly(LbC Weekly)에서는 우리 조직에 숨어 있는 '하지 않아도 될 일'에는 무엇이 있을지 같이 살펴보고자 합니다.

LbC Weekly는 성과관리 서비스 레몬베이스의 지식과 노하우를 모아둔 '레몬베이스 캠프'에서 최신의 이슈와 트렌드만 선별하여 보내드립니다.


2023.8.30. #62
✅ 이번 주 성과관리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전략이 바뀌어 중요성을 잃은 일

회사의 전략이 바뀌면 일의 중요도도 바뀝니다. 그에 따라 중요한 일들이 새롭게 생기고, 동시에 이전에는 중요했던 일들이 중요하지 않게 되기도 하지요. 우리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는 그에 맞게 조직이 자원을 쏟을 지점을 새롭게 정해야 합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의 본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링크) 할 일을 조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제거하지 않으면 전략이 추가되거나 수정되면서 조직 전체의 할 일이 늘어나고, 리더와 관리자들이 전체 일과 프로젝트를 파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매몰비용을 아까워하거나, 하던 일을 중단하는 결정에 대한 책임에 부담을 느끼는 관리자 혹은 경영진의 판단 유보로 인해 실무자들이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계속하고 있다면 업무 과부하 문제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겠지요.

팀과 조직 차원에서는 할 일의 전략적 소거 없이 우선순위만 설정하는 것만으로는 업무 과부하를 해소하기에 부족합니다. 개별 팀에서 각자의 우선순위를 정해 일들을 처리하려고 하다 보면, 팀 간 사일로가 생기거나, 협업 과정에서 '각 팀의 일이 모두 중요하다'는 이유로 여러 팀의 자원이 동시에 사용되어 실무자들의 업무량은 오히려 '곱하기'로 늘어나기도 하지요. 전체 조직에서 전략적 목표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확립하고 그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찾아 제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링크)

언젠가부터 '그냥' 해오던 관성적인 일

일상적인 업무 중에 '왜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내 해왔던 것이니 하는' 일이 있지는 않은가요? 예를 들면, 사이트 내 특정한 고객 행동 지표를 계속 추적하고 있는데 이 지표를 추적하는 이유를 지금 팀이 집중하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찾기 어려운 경우라든가, 누구도 보지 않고 피드백이 돌아오지도 않는 주간 업무 보고서를 계속 써야 하는 상황 등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과거에 시작되어 몇 명의 담당자를 거쳐 인계되어 온 일일수록 맥락은 사라지고 일의 형태만 남아 있는 경우를 왕왕 목격하게 되지요. 또는 그 일이 중요했던 상황이 지나간 것을 업무를 지시하거나 인계한 사람은 아는데 막상 지금 담당자는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관성의 힘은 강해서 '중단'보다 '지속'이 선택하기 훨씬 쉬운 결정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대체로 이유 없이 시작되지는 않았겠지만, 관성적으로 오래 지속해오는 동안 일을 둘러싼 상황과 환경이 변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회고 및 목적 공유, 업무 효과 측정 등을 통해 해당 업무의 유효성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지금 그 중요도가 매우 낮거나 목적이 모호하다면 그 일은 과감히 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해야겠지요.

수단이 목적보다 우선해버리게 된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때는 업무 중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가 아닐까 합니다. 발표 장표의 디자인을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게 된다든가, 특히 수직적 조직에서 과도하게 많은 보고 체계를 거치며 업무 내용이나 결과가 뒤엉키는 장면 등을 떠올릴 수 있지요. 이른바 '옥상옥' '보고를 위한 보고' '회의를 위한 회의'(링크)와 같은 말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를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도구적인 과정의 중요성이 필요 이상으로 대두되면, 업무의 목적은 흐려지고 본래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타납니다. 박용후 전 카카오 홍보이사는 이러한 문제를 과정 관리(process management)의 실패가 회의와 보고의 장면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이는 구성원의 감정 관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링크) 본질에서 벗어나 필요 이상으로 회의나 보고의 중요성이나 비중이 높아지면 구성원이 ‘여기는 정말 비효율적인 조직이야’라고 생각하며, 실제 이러한 문제로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도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마존이 보고 및 회의 상황에서의 비효율을 직접 목격하고 프레젠테이션 장표 대신 6페이지 분량의 메모를 공유하고 다 같이 읽는 방식의 회의인 '6페이저(6-pager)'를 도입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합니다.(링크) 마이크로소프트가 올봄에 실시한 조사 결과에선 길고 목적이 분명치 않은 회의가 스트레스와 생산성 저하의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링크) 비효율과 그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과부하를 조직 차원에서 해소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들입니다.

중단은 실패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판단하기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의 상당수가 이전에는 해야 했던 중요한 일이거나 그렇게 해야 했던 이유가 분명했던 일일 수 있습니다. 일의 중요도와 필요성에 대한 과거와 지금의 판단은 다르게 마련이지요.

그래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조직에서 찾고 정할 때에 꼭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그 일에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 작업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왔거나 중요한 적이 없었던 일이라서 그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중단이라는 판단은 시장 상황과 조직의 포커스가 달라진 결과로서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을 조직 전체가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링크)

더불어, 이러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찾는 것, 즉 실효성이 낮은 이니셔티브를 제거하는 것은 새로운 성과를 내는 것만큼이나 인정받아야 할 행동입니다. 조직의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쓰게 함으로써 성과 창출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의식을 느꼈더라도 실무자 개인이 의문을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업무의 목적이나 유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곧 리더나 경영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일하기 싫어서 하는 주장이란 비난을 받는 문화라면 자신의 입지를 위협하면서까지 굳이 의문을 제기하지 않겠지요. 또 스스로 경험이 부족하다 느껴 자신의 판단을 자신있게 제시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그렇기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대한 문제 제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업무 및 목표에 대한 투명성과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된 조직문화를 장기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함께 찾기 좋은 때

회사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나 혼자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지워가는 데는 '이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야'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맞아'라는 두 차원의 공감대가 모두 형성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안 그래도 일이 많아서 이런 고민을 시작한 마당에, 수시로 이를 점검하고 공감대를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팀/조직의 주기적인 회고 시점에 기존의 업무 회고 내용과 더불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대한 회고를 같이 진행해볼 것을 권합니다. 해오던 일을 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 시점에, 우리 팀/조직이 가지고 있는 업무 자원을 꼭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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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차원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 회고 질문

"업무량이 어떻다고 느끼나요? 너무 많거나 적지는 않나요?"
"목적이나 효과가 불분명한데 지속해왔던 일이 있나요?"
"왜 그 일의 목적이나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생각했나요?"
"그럼에도 그 일을 지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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