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를 위해 HR과 IT 부서를 합쳐야 할까

Lemonbase Camp Biweekly(LbC Biweekly)는 늘 “🍋 오늘의 레터는 어땠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만족도를 조사하는 설문 폼으로 맺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LbC Biweekly가 앞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도 수집하고 있어요. 최근 ‘앞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로 글로벌 제약사 모더나 사례에 대한 궁금증이 접수됐고, 마침 HR과 IT 두 부서를 합병한 모더나의 사례를 월간 인재경영 칼럼에서 다루게 되어 이번 LbC Biweekly에서는 이 칼럼의 핵심 내용을 전합니다. ‘AX(AI 전환)’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HR-IT 부서 ‘합병’이 꼭 필요한지, 두 부서 간 협업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확인해 보세요.

HR-IT 부서 '합병'이 꼭 필요할까
HR은 인력 관리, IT는 시스템 관리라는 이분법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두 부서에 AI 우선(AI-first) 업무환경을 조성하는 책임이 부여되면서 두 부서 간 협업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링크) AI 협업 툴 지원부터 IT 온보딩ᐧ오프보딩, AI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두 부서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성원경험(EX)이 곧 IT시스템 경험이고, IT시스템이 곧 업무환경’이라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런데 문제는 두 부서의 전문성이 상이하고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인력과 프로세스, 시스템 등에 대한 책임이 분산되면서 우선순위는 충돌하고 업무는 중첩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각종 비효율을 야기할 위험이 있지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부서를 합병(merger)하는 급진적인 시도가 바로 모더나의 사례입니다. 모더나는 2024년 말 HR과 IT의 리더십을 통합, 전 최고인사책임자인 트레이시 프랭클린을 최고인사ᐧ디지털기술책임자(Chief People and Digital Technology Officer)로 임명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조직에서 챗GPT(생성형 AI) 활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모더나에서 챗GPT 사용량이 분기마다 특정 시점에 급증했는데, 이때 구성원들이 자기 평가, 팀원 평가 작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링크) 모더나 경영진은 이를 AI가 업무 자동화를 넘어 기업 문화, 프로세스에 파고들 수 있는 기회로 포착했고,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평가 작성 전용 챗GPT를 개발하는 등 3000개 이상의 GPT 기반 에이전트를 사내에 배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링크) 신입 직원 온보딩, 성과 평가, 학습 시스템 지원 등 HR에는 물론, 임상 실험을 위한 용량 선택, 규제 기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 초안 작성 지원 등에 특화된 GPT도 개발, 활용되고 있는 것은 HR과 IT의 결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모더나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업인 Covisian, Workleap 등도 HR과 IT 부서를 통합했습니다.(링크) ‘업무흐름에 따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이에 맞춰 사람의 역량은 어떻게 보완돼야 하는지’에 대해 조직이 공통된 비전을 갖는 것이 통합의 일차 목적입니다.(링크) 더 나아가 인재 전략과 디지털 혁신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직무 정의, 업무 설계 등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반영한 조직구조 개편입니다.
이러한 부서의 통합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디지털구성원경험(DEX)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Nexthink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IT 책임자 중 약 64%가 5년 안에 HR과 IT 부서가 통합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중 31%는 3년 안에, 나머지 33%는 3~5년 안에 두 부서가 합쳐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른 31%도 HR과 IT 부서가 완전히 통합되지 않더라도 향후 5년에 걸쳐 훨씬 더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링크)
"물리적 합병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합병(merger)은 필수가 아니더라도, 통합(integration)은 필수라고 입을 모읍니다. 다만 ‘물리적 합병’에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두 부서 간 경계는 흐려졌으나, 두 기능을 통합하기에는 구조적, 문화적 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입니다. Nexthink의 같은 조사에서 두 기능을 통합하기 어려운 이유(복수 응답 가능)로 신규 및 기존 책임에 대한 명확한 오너십 부재(58%), HR-IT 부서 간 소통 부족(50%), 부서 간 우선순위 차이(49%) 등이 꼽혔습니다.
특히 HR과 IT 부서를 하나로 합치고 한 명의 리더를 세우는 것만이 해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리더 개인의 자질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는 구조는 위험합니다. 합병된 부서의 리더에게는 기술에 정통하고 이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이 요구될 뿐 아니라, 인력과 시스템 관리의 목표가 상충되지 않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이 부여됩니다.(링크) 리더가 이러한 자질을 갖추지 못해 기술적 이해와 인사적 통찰 사이의 균형을 잃으면 한쪽 목소리에 경도될 수 있지요.(링크) AX에는 여러 부서의 각기 다른 기술, 전문지식, 관점이 반영돼야 하는데 자칫 무리한 합병으로 각 부서의 전문성이 희석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링크) 두 부서 간 이해관계에 변화가 있는지, 실제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지의 여부가 합병 자체보다 더 중요합니다.
인력과 기술 전략을 통합하는 수단이 꼭 부서 합병일 필요도 없습니다. 부서를 합치면서 역할과 거버넌스를 개편하고, 심지어는 해고를 동반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복잡한 변화관리가 수반됩니다. 즉, AX라는 목표에 다가가는 지름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입니다.
HR-IT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는 세 가지 방안
구조적 변화를 서두르기보다 공동의 목표와 책임 하에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입니다. 두 부서의 협업 모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 단일 리더십 하에 AX에 따른 업무 재설계라는 공통 목표를 수립하거나 (2)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팀에 공동으로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는 목표와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3) HR 담당자, IT 담당자로 혼합된 팀(매트릭스 조직)이 새로운 기술을 업무에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 등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시스코의 ‘AI 컨트롤 허브’를 꼽을 수 있는데요. AI 컨트롤 허브는 인사, IT, 법무, 재무, 보안 부서가 참여하는 범기능적인 연합체로, 인력과 데이터, 프로세스, 윤리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AI 도입의 속도를 높인다고 평가됩니다.(링크)

이러한 협업 체계 구축의 핵심은 AX를 둘러싼 의사결정이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이뤄지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인간과 AI의 역량 간 적절한 균형을 찾고, 기술에 대한 인간의 감독을 강화하며, 더욱 민첩하고 개인화된 업무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통합적인 운영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됩니다.
'EX 관리'가 AX 성패 가른다
HR과 IT의 기능을 하나의 부서로 통합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AX 과정에 HR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HR이 IT에 흡수되거나, 혹은 그 반대가 아닙니다. 업무 도구 및 시스템을 관리하는 IT 기능에 ‘EX 혁신’이라는 HR의 관점을 더하는 방향으로 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AX가 역량 강화, 권한 부여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구성원들은 이미 복잡하게 얽힌 도구와 프로세스에 압도당해 오히려 생산성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링크) ‘이 도구가 왜 필요한지, 업무 방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한 이해와 설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업무에 AI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술 도입 자체에만 집중할 경우, 정작 실제 업무에 기술이 활용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묻고, HR이 파악한 어려움을 고려하면서 AX를 진행하는 것이 EX 관리의 핵심입니다.
실제로 미국 HR 전문 리서치기관 i4cp의 조사 결과, AI 도입에 적극적인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HR 부서가 자동화에 적합한 업무, 역할,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데 구성원들을 참여시킬 가능성이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링크) AI 활용 및 역량 강화 방법을 명확히 모른다는 불확실성,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AX에 대한 구성원의 저항을 야기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HR은 구성원들이 불확실성과 불안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또, IT 부서에 단순히 기술적 도움만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견, 제안을 수렴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되어 AX 전략과 우선순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하고요. 구성원들의 AI 활용 행태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감정을 분석해 AX 성공 여부를 측정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AX를 위해 HR과 IT 부서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조치로는 △AX 과정 중 EX 관리를 HR과 IT의 공동 목표로 수립 △HR-IT 합동 팀을 구성해 AI를 활용한 온보딩, 개인화된 학습 등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운영 △우선순위와 성공 사례를 공유하는 정기적인 회의를 여는 등 공식적인 소통 채널 운영 △AI 활용 팁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전담 TF를 구성해 조직 전체의 AX를 촉진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