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을 실패로 내모는 게 저라고요?

지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의 진행 상황을 물었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얼버무린 팀원 A. 이 모습을 본 리더는 '이 정도도 못 챙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A의 업무 역량을 의심하게 되고, A가 업무를 놓치지 않도록 돕기 위해 점차 지시와 감독을 강화한다. A는 서서히 업무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을 잃어가고, 결국 리더가 시키는 일만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A의 모습을 지켜본 리더는 자신이 처음 했던 의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위 예시처럼 리더로부터 일을 못한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실제로는 유능한 팀원이라도 업무 성과가 저하될 수 있다는 심리적 현상을 '필패 신드롬(The set up to fail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정의한 책 <필패 신드롬>의 저자는 "필패 신드롬은 성과가 그저 그렇거나 낮은 직원으로 오해받은 능력 있는 직원들이 낮은 기대치에 맞는 성과를 내게끔 유도되고, 결국에는 자신의 의지든 아니든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 역학구도를 말한다"며, "(조사 결과) 대부분의 상사들은 최소한 한 번 이상 그런 역학구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 적이 있었다"라고 밝힙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는 시대, 새로운 시도와 민첩한 대응이 조직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습니다. 이때 리더가 필패 신드롬에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늘 Lemonbase Camp Weekly(LbC Weekly)에서는 필패 신드롬이 조직의 혁신을 어떻게 가로막는지 살펴보고, 리더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을 다뤄봅니다.

필패 신드롬은 '무엇'을 멈추게 할까

AI 중심의 변혁이 가속화되는 지금, 과거의 성공 공식이 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이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 조직에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딜로이트는 조사를 통해 사고의 다양성이 창의성을 촉진하고 혁신을 20% 향상시킨다(링크)고 밝혔으며, 500명 이상 규모 영미권 기업의 최고경영진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9%가 '민첩성과 지속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조직이 당면한 주요 과제'라고 답했습니다.(링크) 민첩성과 회복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 내 '학습 문화' 구축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지요.(링크) 하지만 필패 신드롬은 조직의 이러한 움직임 모두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새로운 시도

구성원의 역량에 의구심을 가진 리더가 과도하게 지시하고 통제하면, 오히려 구성원은 자신감과 동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성과가 낮다고 인식된 많은 부하직원들이 추진력, 열정, 또는 주도적인 행동을 상실하는 경험을 한다. 퇴짜를 맞거나 무시당하는 일에 지친 나머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주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잃게 되는 것이다"라고 책 <필패 신드롬>은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구성원은 스스로를 보호하고 리더와의 관계 악화를 피하기 위해 새롭게 떠오르는 생각이나 의견을 감추고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지요. 이런 위축된 태도는 팀 내 다양한 관점과 유연성을 저해할 뿐더러, '언제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다른 구성원에게 퍼지면 결국 팀 전체에 새로운 시도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그들의 행동을 제약할 뿐 아니라, 그들이 '성취할 수 있는 일에 한계'를 두는 결과로 이어집니다.(링크)

⛔ 빠른 실행

조직 내부에서 필패 신드롬이 작동하면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실행 속도에 제동이 걸립니다. 리더로부터 성과가 낮은 사람이라고 낙인 찍힌 구성원은 업무에 대한 주도성과 자율성을 잃고, '먼저 고민해서 시도해봤자 왜 그렇게 했는지 또 지적받을 텐데, 굳이 나서기보다 다음 지시를 기다리자'라는 식의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기 쉽습니다. 모든 일에 리더의 검토가 필요해지면서 업무 전반의 실행이 늦어지게 되는 것이죠. 한편, 리더는 지나친 개입과 관리에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더 중요한 업무는 밀리고, 이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습니다.(링크) 이러한 병목은 결국 팀 전반의 실행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요. 설령 성과가 높다고 판단한 일부 구성원에게 업무를 집중시킨다고 하더라도, 소수에게 일이 몰리는 구조가 지속되면 이들 역시 과부하나 번아웃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빠른 실행의 지속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구성원의 성과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업무 환경이나 개인적 상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링크)

⛔ 실패를 통한 학습

필패 신드롬이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낙인 찍힌 구성원이 사소한 실수나 실패조차 드러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책 <필패 신드롬>은 "그들은 문제를 감추려고만 들고 누가 물어보지 않는 한 자신이 가진 정보를 자진해서 알려주지 않는 성향이 있다. 성과가 낮다고 인식된 직원이 단순히 '주의해야 할 점'만 보고해도 상사는 과잉반응을 보이면서 불필요하게 직접 나서기 때문이다"라고 전합니다. 실패를 감추는 상황이 반복되면 다른 구성원들도 함께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실패를 배움으로 전환하지 못한 팀은 어려움 속에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데도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요.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는 "(구성원이 실패했을 때)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실패를 논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며, "일이 잘못되었을 때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투명성을 장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링크) 팀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고 실수가 학습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여질 때, 구성원은 실수를 숨기려 하지 않게 됩니다.(링크)

리더가 필패 신드롬에서 벗어나려면

1️⃣ 스스로 인식하기

책 <필패 신드롬>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필패 신드롬은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낮은 기대와 의심이 서로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그 행동이 다시 확신으로 굳어지며 관계가 서서히 악화되는 '자기충족적' 구조를 띠기 때문에, 리더 스스로 이 구도에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책이 강조하듯, 리더는 "필패 신드롬이 만들어지기까지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만약 '나는 그런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잘 감췄다'고 생각하더라도, 구성원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은 무의식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이를 감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링크) 실제로 책에 소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상사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부하직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자신이 상사의 내집단(더 신뢰하는 집단)에 드는지 외집단(덜 신뢰하는 집단)에 드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밝힙니다. 만약 지금 떠오르는 팀원이 있다면, 그를 성과가 낮다고 인식한 이유는 무엇인지,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진 않았는지, 그 과정에서 리더로서 내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더 나아가 '구성원이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제공했는가? 그렇지 않았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며 자신의 편견을 인식하는 역량을 개발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링크)

2️⃣ 판단을 멈추고 대화 준비하기

자기 인식과 성찰을 마쳤다면 이제 성과가 낮다고 인식한 구성원과의 대화를 준비해야 합니다. 책에서도 "상사와 부하직원이 두 사람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뒤로 한 발 물러서서 좋지 못한 관계를 만들었던 양쪽의 공모 관계를 풀어야만 한다. 그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합니다. 대화에 앞서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는 '마음가짐'과 나의 의견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또 대화를 요청할 때는 구성원이 "책임 소재를 추궁 당하는" 일방적인 자리로 생각하지 않도록 "피드백을 주겠다"는 말보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자"고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성원이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고 대화에 주도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다음 세 가지 방안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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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이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않도록 돕는 세 가지 접근 방안

1. 상사가 부하직원의 성과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관계, 두 사람이 공통으로 이룬 성과에 대해서 의논하길 원한다고 밝혀야 한다.
2. 상사는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품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면서,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3.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상사는 진심으로 열린 대화를 기대한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상황이 그렇게 되기까지 자신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하직원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출처: <필패 신드롬> 283면)

구성원의 성과 저하에는 업무 외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마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링크)

3️⃣ 신드롬을 깨는 대화 나누기

대화 초반에 리더와 구성원 "두 사람이 확보할 수 있는 사실을 근거로 어느 부분의 성과가 문제인지 의견 일치"를 보고, 상황이 그렇게 된 원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결론"에 도달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성과가 리더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업무 기대치가 불분명했기 때문인지, 진행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구성원에게 해당 업무를 수행할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인지(링크) 혹은 구성원의 개인적인 상황 때문인지 등 원인은 다양할 수 있겠지요. 따라서 해결책을 논의하기 전, 두 사람이 문제 상황과 원인에 대해 동일하게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대화를 나눌 때는 사전에 준비한 근거 데이터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원이 자신이 수행한 업무가 기대에 어떻게 어긋났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링크) 이후로는 "성과 목표치와 앞으로 두 사람 사이의 관계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합의"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때 "양측이 실천할 사항", "기술, 지식, 경험 또는 개인적 관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 "실행 시기와 그에 따른 결과가 예상되는 구체적인 시점", "진전된 정도를 검토할 수 있는 방안" 등을 함께 마련합니다. 또 리더가 앞으로 얼마나 자주, 어떤 방식으로 점검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 매커니즘"도 논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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