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감에 빠진 구성원을 대하는 조직의 자세

안녕하세요, 하이커 님
한 세대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직장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는 시대는 언제일까요? 아무래도 요즘일 것입니다. 몸을 이끌고 일터에 나가서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고 회사 문을 나오면 그것으로 끝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PC를 넘어 모바일로까지 확장된 네트워크에 업무 메신저의 연락은 물론,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격히 확산된 재택근무 환경에 따라 이제는 집과 일터가 구분되지 않는 여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요. 그런 만큼 자연히 회사 밖의 공간에서 동료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일도 많아지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누군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시간도 길어지게 마련입니다.
이렇듯 연결 환경이 더욱 잘 갖추어진 상황에서 '고립감'을 느낄 새가 있을까 싶은데, 여러 연구와 조사는 오히려 직장인들이 느끼는 고립감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5월 아시아경제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한국의 직장인 56%가 '회사를 다니면서 고립감이 심해졌다'고 응답했고(링크), 갤럽의 2024년 글로벌 직장 현황 보고서에서도 전세계 직장인 5명 중 한명은 직장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링크)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상호작용에 둘러싸인 지금의 직장인들에게 고립감과 외로움이라는 위협이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언제든 소통할 수 있다'는 환경적 조건만으로는 고립감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막을 수 없는 것일까요? 오늘 Lemonbase Camp Weekly(LbC Weekly)에서는 직장인들이 느끼는 고립감의 이유와, 해소를 위한 접근 관점을 다각도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LbC Weekly는 성과관리 서비스 레몬베이스의 지식과 노하우를 모아둔 '레몬베이스 캠프'에서 최신의 이슈와 트렌드만 선별하여 보내드립니다.
💌 2024년 11월 3주 (11/20)
#106 고립감

사람들로 둘러싸여도 고립감을 느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따르면, '외로움'은 '우리의 사회적 연결(social conection)이 우리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 느끼는 고통'이고, '사회적 고립'은 '외로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접촉의 수가 적은 상태'를 뜻합니다.(링크) 즉, 직장인들이 고립감을 느낀다는 것은 '직장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접촉 중 외로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접촉의 수가 적거나, 회사 생활을 이유로 이러한 사회적 접촉의 부족을 빈번하게 겪는'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게 회사 안에서 업무적인 소통이 많거나, 메신저, 생산성 툴 등을 통해 대화를 시시때때로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해서 고립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며, 회사 안에서 유효한 '사회적 접촉'이 자주 이루어져야 구성원이 고립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이해해야겠지요.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외로움이라는 '고통'을 유발하는 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고요.
고립감, 개인에겐 어려움이자 회사에는 위협
고립감은 일차로 구성원 개인이 느끼는 어려움이지만, 한편으로는 조직의 생산성을 위협하는 문제 상황이기도 합니다. 미국 보험회사 시그나의 조사에 따르면, 외로움으로 인한 구성원의 결근으로 미국 전역에서 연간 1,540억달러(약 210조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직원보다 1년에 5일 이상 더 결근하는 추세를 보이며, 이들은 더 나아가 조직에 남아 있을 확률도 낮아집니다.(링크)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22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타분석에서 사회적 고립이 우울증, 불안, 정신 건강 문제 및 전반적인 불쾌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링크)를 고려할 때, 구성원이 겪는 고립감이 곧 조직의 어려움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와튼경영전문대학원이 함께 실시한 직장인 672명 대상 연구에서는, '직장 내 외로움이 구성원의 직접적인 업무 성과뿐 아니라 해당 구성원의 팀 내 역할 효율성에 대한 동료 및 리더의 평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링크) 내가 겪고 있는 외로움을 동료가 인지하는 것은 그 동료에게 나와의 관계의 전반적인 질에 대해 강한 부정적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내가 겪는 외로움은 더욱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이유로 구성원들이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을 막상 회사 안에서 이야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을 수 있으며, 조직이 이를 알아차리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은 직장 안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조직이나 업무와 나 사이의 연결이 약화되어 몰입감이 떨어지고 일을 잘 해내야 하는 동기가 저하되기 때문에 업무 품질이 저하될 수 있으며, 학습이나 커리어 개발에 대한 의욕이 낮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 식사나 잡담 등 동료와 마주하는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회피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도 있고요.(링크) 이런 상황을 겪는 구성원이 있다면 혹시 이 구성원이 고립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로움은 조직 내에서 갈등 요인과 같이 명확히 리더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소리 없이 조직을 침체시키고 좌초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링크)
조직은 고립감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 물리적 단절을 줄이면 도움이 될까?
고립감에 대한 설명과 해결책을 언급하는 일각에서 자주 들리는 목소리 중에는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심화된 물리적 단절이 고립감에 영향을 주었고, 그러니까 다시 사무실로 복귀시키는 게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도 효과적이다'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전면 원격 근무자는 전면 현장 근무자나 하이브리드 근무자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기도 하고요.(링크)
하지만 대면 근무로의 전면 복귀가 구성원의 고립감에 대한 해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물리적 단절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리적 단절이 고립감의 유일한 이유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같은 조사에서도 근무지보다 회사가 제공하는 사회적 접촉의 수, 개인의 외향성 수준 등의 요인이 구성원이 느끼는 외로움과 더 큰 연관성을 보인다고 언급합니다. 또, 단순히 대면 근무로 돌아가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유효한 사회적 접촉'이 충분해져 고립감을 해소한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조직의 근무지가 어떻게 설정되어 있든, 그 상황에 맞추어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조직 차원에서 고민하는 것이 고립감 해소를 위해 필요합니다. 원격 근무 환경에서는 구성원이 동료나 리더로부터 적절한 때와 수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느낄 가능성이 더 높아 직장 내 외로움을 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링크)가 있는 만큼, 이러한 '적절한 때와 수준의 지원'이 원격/대면 환경 각각에 따라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면 좋겠지요.
오클랜드공대의 레이첼 모리슨 교수는 '우연성, 캐주얼함 같은 (대면 상황에서의) 일상적 소통이 가진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메시지를 온라인 메신저 등을 통해 원격으로 소통할 때도 의도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구성원 서로의 유사성과 근접성을 확인하는 과정으로서 고립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링크) 인정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나누거나 업무 외적인 주제로 가볍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널을 조직에서 마련한다든가, 매일 리추얼(rituals)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출근 인사나 체크인을 화상 회의나 메신저를 통해 팀 안에서 진행하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 '직장 친구'를 만들면 해소될까?
'직장 친구'가 있으면 고립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LbC Weekly에서도 한차례 언급했듯 직장에 친구가 있다는 것은 곧 심리적, 정서적 지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회사 안에서 쌓는다는 것이며, 이는 소속감과 유대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링크), 직장 친구의 존재를 통해 '유효한 사회적 접촉의 부족'이라는 고립감의 상태에서 벗어날 확률도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회사 안에서 사회적 연결감이 없으면 꼭 해야만 하는 일 이외의 '재량적인 노력'을 덜 하게 된다는 설명도 있는데(링크), 이는 곧 그 구성원에게 의무적인 최소한의 생산성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므로 사회적인 연결감을 당장 줄 수 있는 직장 친구의 존재가 고립감을 느끼는 개인은 물론 조직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만 고립감과 관련해 직장 친구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면 조직 구성원이 회사에서 느끼는 고립감의 해소를 개인에게만 맡겨두는 셈이 될 수 있는데다, 직장 친구가 조직을 이탈했을 때 구성원이 이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한두명의 개인에 의해 구성원의 고립감이 좌우되지 않도록 하려면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이 조직에 대한 참여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링크) 참여도가 높아질수록 업무 자체가 구성원의 외로움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커진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링크) 다른 구성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경험을 가볍게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거나, 타운홀 미팅 등의 방법을 통해 조직 내 여러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조직 운영에 반영하고 있음을 알리는 등의 과정을 통해 구성원의 참여감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꼭 조직 전체에서만이 아니라 팀 단위에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겠습니다.
🤨 팀에 속한 것만으로 나아질까?
글의 초반에서 언급했듯, 단순히 연락과 소통의 횟수가 많다고 해서 고립감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팀 안에서 업무적인 소통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와중에도 어떤 구성원은 고립감을 느끼고 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팀에 기대하는 소속감이나 친밀감('유효한 사회적 접촉')이 기대만큼 충족되지 않으면 팀에 소속되어 있지 않을 때보다 더 고립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팀 안에서 '어떤 소통'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의 플로리안 제텔마이어 교수는 개별 연구자들이 모인 연구실 환경에서 힌트를 얻어, 고립감 해소에 대해 팀이 반복적으로 모이고 공유하고 피드백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링크) 우선 각자의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사항을 공유하는 '습관'을 정착시켜 팀 안에서 '중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업무 결과물에 대한 피드백은 최대한 동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피드백을 주고 받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위해 모두가 모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피드백을 받는 구성원이 그 시간 동안 팀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역동성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지금 여기서 나에게 가장 유용한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이 두 상황, 즉 업무 업데이트 공유와 동기적으로 피드백 주고받기를 규칙적으로 반복해 수행함으로써 피드백의 품질이 높아지고 서로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서로의 모습이 곧 팀 내 건강한 사회적 압력으로 작용하며 공동체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고요. 서로의 업무에 진심으로 피드백하며 공동체의식이 강하게 확보된 팀에서 구성원이 고립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주 LbC Weekly 예고
상시 성과관리
연말 평가를 앞두고, 혹시 '그래서 올해 나는, 우리는 무슨 일을 했지?' 하고 흐릿해진 기억을 되짚고 계시진 않나요? 연중 상시로 성과를 관리하면 평가 신뢰도와 공정성에도, 피드백의 효과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며 조직의 성과관리 제도와 시스템을 바꾸고자 과감히 움직인 회사들의 사례가 궁금하다면, 다음주 LbC Weekly를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