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 이제 사라진 방법론인가?
‘혁신’이라 불리던 성과관리 방식, OKR
수년 전 실리콘밸리 혁신을 상징하던 OKR(Objective & Key Results). 트위터, 스포티파이, 구글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채택하며 커다란 관심을 끌었고,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폭넓게 OKR을 도입했지요. 특히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급격히 변하는 고객 수요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ion)의 흐름이 맞물려, OKR은 ‘도전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각광받았습니다.
당시 시장의 분위기는 책 <블리츠스케일링>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습니다. 저자이자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공격이 곧 방어’라는 기조로 거침없이 시장을 제패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상대가 대응 체계를 갖추기 전에 경쟁우위를 확보해 급속히 성장하면 시장 선점자에게 따라오는 투자, 인재, 제휴 파트너와 함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투자가 늘어나고, 기업들은 채용을 늘리고, 개발자들의 연봉이 높아지고, 새로운 스타트업과 유니콘이 연이어 나타났습니다. 이때 기업의 목표 역시 기존 상대평가 위주의 제도에 ‘최소한의 목표만 보수적으로 잡는’ 문화에서 벗어나, ‘도전적인(stretch)’ 목표를 설정해 70~80%만 달성해도 충분히 성취한 것으로 간주하며 조직에 대담함을 부여하는 OKR의 방식이 환영받았던 것이지요.
확실히 달라진 OKR 주목도
그런데 요즘, 사정이 좀 달라졌습니다. 불황과 자금 경색의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일단 비용과 리소스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기조로 돌아선 겁니다. 조쉬 버신(Josh Bersin)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문에서 팬데믹 기간 중 무리하게 진행했던 대규모 채용이 인재 밀도를 희석시켜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메타(Meta)와 인텔(Intel)은 과잉 채용 후 생산성이 저하되었고, 결국 인력 감축으로 다시 효율성을 회복하려고 했지요. 다시 말해, 공세 전략이 통하던 시기가 저물고 많은 기업들이 수세적인 운영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OKR 언급량은 최근 확연히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기업들이 공세에서 수세로 전환하면서, ‘도전과 혁신’을 앞세운 OKR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수행했던 확장 전략은 수세로 전환하는 지금에는 약점으로 바뀝니다. 시장의 잠재적 이익을 기대하며 지출하는 비용만큼 그로 인한 위험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최근과 같은 불경기에 기업의 눈에는 불확실한 기회보다 명확하게 보이는 비용과 리소스가 더 크게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도전과 혁신’보다는, ‘지금 당장 반드시 해야 할 우선순위’를 더 강조하게 되고, 그 결과 OKR 이전에 활용했던 KPI 쪽으로 다시 무게를 싣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구글 트렌드 등의 지표에서 OKR과 관련된 관심도가 눈에 띄게 내려간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4년을 기점으로 OKR에 대한 관심도가 완연히 하락해 어느새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OKR과 KPI를 비교해 살펴보면 2024년 상반기 이후 두 키워드 간 언급도 추이가 벌어져, 2025년 3월 기준으로는 KPI가 약 3배 정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OKR이 이제 완전히 끝났다, 의미 없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OKR이 기업 상황에 맞춰 변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OKR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변화할 뿐
OKR이 처음 각광받던 시기 도전적인 목표 설정을 강조하던 것과 달리, 보다 현실적이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면서 ‘집중해야 할 우선순위’와 ‘전사-팀-개인의 얼라인’을 더욱 강조할 필요가 있는 지금입니다. 공세 때는 빠른 속도로 달리며 ‘발사한 뒤 조준’하는 전략이 주효했지만, 수세 때는 한 발 한 발 정확히 ‘조준하고 발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출액, DAU/MAU(일간/월간 활성 유저수) 등 성장 지표(Growth Metrics)만 문제가 없다면 채용을 늘리고 후속 투자를 이어나가며 확장하던 때는 지났고, 지금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자구책을 마련하고 힘을 비축하는 데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즉, 도전이나 혁신 대신 일단 ‘지금 꼭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때, 그럼 OKR은 더이상 의미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프레임워크나 도구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기에, 지금 달라져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OKR 활용 전략’일 것입니다. 조직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론도 상황에 맞춰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기꺼이 변화를 가져가야 합니다. 오히려 ‘OKR은 이렇게 사용하는 거야! 그런 건 OKR이 아니야!’라는 원론적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극단적 원칙주의를 주의해야겠지요.
그런 관점에서 레몬베이스에서는 네 가지 중요한 목적을 두고 OKR을 다룹니다.
- 우선순위 명확화: 전사적으로 지금 ‘가장 중요한 목표’를 정리하고, 쓸데없는 리소스 낭비를 줄입니다.
- 팀 간 얼라인: 전사적인 방향성에 맞춰 각 팀의 목표를 정렬하고, 필요하다면 조직 개편도 단행합니다.
- 주기적 체크인 & 지표 모니터링: 한 달에 한 번씩은 체크인 미팅을 통해 지표를 돌아보고, 필요하다면 그 자리에서 목표를 수정합니다.
- 도전적 과제 부여: 과감한 혁신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전사 우선순위’가 이전보다 강조됩니다.
과거에는 ‘도전적 과제 부여’가 다른 어떤 목적보다 우선했으나, 지금은 ‘전사적으로 해야 할 것’을 명확하게 정하고, 팀 간 얼라인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높였습니다. 이러한 우선순위의 조정과 목적성의 변경을 두고 그저 OKR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조직이 맞닥뜨린 상황은 각기 다를 수밖에 없고, 방법론도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게 당연합니다. 방법론의 이름이 OKR이든 KPI든 BSC든, 가장 중요한 건 진짜로 필요한 목표에 집중하고, 전사에서 팀 그리고 개인까지 모두 한 방향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OKR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에 적응하는 조직이 결국 더 건강하고 유연하게 앞으로 나아가겠지요.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고,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하면서도 필요한 도전과 혁신을 놓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이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최후에 살아남는 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