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팀의 능력을 2배로 이끌어내는 리더가 되는 방법

📚북캠프에서 <멀티플라이어>

#1 엘리노어 샤프너 모시는 1988년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에서 소규모 IT 업무 부서의 마케팅 디렉터로 일하면서 기본적인 수요 창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런데 회사에서 IT 부서를 이끄는 리더를 교체하면서 엘리노어는 갑자기 커다란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새로운 리더는 부서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엘리노어는 IT 업무의 비전을 공표하는 전 직원 대상의 행사를 기획했다.

#2 마이크 헤이건은 다국적기업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세일즈 부문에 속한 세일즈 운영 팀장이었다. 그의 업무는 세일즈 직원들이 회사 정책을 잘 준수하도록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일즈 부문 리더가 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시키는 작업에 돌입하면서 마이크에게 그 방법을 구상하라고 했다. 처음에 마이크는 본인은 글로벌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면서 그 제안을 고사했다. 하지만 리더는 그의 말을 일축하면서 그의 뛰어난 능력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이크는 실제로 해냈다.

#3 오라클에 새로 부임한 사장은 채널 세일즈 매니저인 폴리 섬너가 전략 감각과 추진력이 뛰어남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제휴 및 전략적 파트너십 담당 상무 자리를 맡겼다. 얼마 뒤 폴리는 중요한 사안을 두고 벌어진 매우 골치 아픈 갈등을 마주하게 됐다. 폴리가 이 문제를 사장에게 들고 가자 그는 말했다. “이건 꽤 복잡해서 아마 자네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일지도 모르네. 하지만 해결책을 찾아야 할 사람은 바로 자네야.” (<멀티플라이어> 233~235면)

사례 속 3명이 처한 상황은 각각 달랐지만, 이들의 리더는 모두 같습니다. 바로 오라클 COO, HP 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한 레이 레인입니다. 오라클의 인적자원 개발 담당 임원을 지낸 <멀티플라이어>의 저자 리즈 와이즈먼는 다른 이들의 능력을 끌어내는 리더인 ‘멀티플라이어’(multiplier)의 예로 레인 전 COO를 책에서 여러 차례 등장시킵니다. 와이즈먼은 “우리가 레이와 일했던 사람들에게 그의 밑에서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를 물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 같았다. 사람들에게 안전지대 바깥으로 나오라고 독려한다는 것이었다. 레이는 사람들의 재능을 발견하면 현재 능력치를 훨씬 뛰어넘어 도전할 기회를 주었다. 현재의 능력에 맞는 일이 아니라 항상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일을 맡겼다”라며 대표적인 ‘멀티플라이어’의 일면을 전합니다.

멀티플라이어 대표 이미지

리더는 팀 구성원의 역량과 성과를 배가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레몬베이스 북캠프’* 두 번째 시즌의 두 번째 책으로 <멀티플라이어>를 선정한 것은, 바로 이러한 존재로서 ‘멀티플라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행동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를 함께 익히기 위함입니다.
*레몬베이스 북캠프는 여러 기업의 팀 리더들과 함께 팀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 커뮤니티입니다.

멀티플라이어 vs 디미니셔

멀티플라이어를 이해하기 위해 와이즈먼은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와 패배한 선수를 비교하듯 멀티플라이어와 그 반대 개념인 디미니셔(diminisher)를 비교 연구했습니다. ‘지적 능력을 배가하는 멀티플라이어의 결정적 차이점은 무엇이며 그들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라는 연구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 각각의 특성에 부합하는 것으로 추천받은 150여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정량적 평가와 인터뷰를 실시하고, 이들 리더가 이끄는 팀의 전・현직 구성원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구성원들은 자신의 능력을 멀티플라이어가 디미니셔보다 훨씬 더 많이 끌어낸다고 대답했습니다. 디미니셔가 그들의 능력을 얼마만큼 끌어내느냐고 물었을 때의 답변은 20~50%였던 반면, 멀티플라이어에 대해서는 70~100%라고 답한 것이죠. 즉, 멀티플라이어는 디미니셔보다 구성원의 능력을 1.97배 더 끌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팀 구성원들의 지적 능력에 대한 관점과 일을 진행하는 방식(행동)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아래 표 참고)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를 구분 짓는 5가지 핵심 원칙
출처: <멀티플라이어> 55면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의 경계에서 멀티플라이어 되기

인적자원이 풍부하고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다면 ‘팀에 최대한 많은 인재를 확보한 뒤 긴장감을 조성하고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며 독단적인 결정에 따라 명령을 내린 뒤 수시로 간섭하며 성과를 내는’ 방식을 선택하는 리더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인력이 부족하고 한정된 시간 안에 빠르게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리더는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의 경계를 오가게 됩니다.

문제는 ‘멀티플라이어’보다 ‘디미니셔’로 일하는 것이 리더 입장에서는 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지식과 능력 하에 팀을 가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 자신과 구성원이 스스로의 능력을 뛰어넘도록 이끄는 것은 자신의 한계 안에서 안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겠지요. 따라서 멀티플라이어 리더십을 계발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게 디미니셔가 되기 쉽습니다.

다행한 것은 이분법으로 뚝 잘라 나뉜 듯 보이는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 사이에는 스펙트럼 구간이 존재하며, 양극단에 속한 사람은 소수라는 점입니다. 와이즈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 스펙트럼 중간 어딘가에 위치하며 멀티플라이어 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 속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상황 1. 팀에 새로운 목표가 부여됐을 때

팀 쿡 애플 CEO는 COO로 일할 당시 한 세일즈 부서의 예산 검토 회의에서 ‘전략적으로 볼 때, 인력 추가 없이 매출을 반드시 증대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부서의 책임자는 매출을 높이려면 당연히 세일즈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요.(43면) 하지만 결론적으로 애플은 세일즈 인력을 늘리는 대신 여러 부서의 핵심 인재들을 모아 팀을 꾸리고 일주일 동안 문제를 면밀히 분석한 뒤 함께 해결책을 도출했습니다. 애플은 사내 역량 센터를 활용하고 유능한 세일즈 직원들과 업계 전문가들을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향으로 세일즈 모델을 바꾼 결과, 추가 인력 투입 없이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목표가 부여됐을 때, 리더는 자신이 가진 인적자원을 ‘확보한다’와 ‘활용한다’ 두 개의 선택지를 마주합니다. 이때 리더가 구성원 각자의 재능과 강점, 역량, 경험을 파악하고 있어, 이를 새로운 업무나 역할과 연결할 수 있으면 후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력을 양적으로 늘리지 않아도 질적으로 더 잘 활용함으로써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지요.

상황 2. 구성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로버트 엔슬린이 SAP의 일본 자회사를 맡아 세일즈 실적 문제를 해결해야 했을 때입니다. 일본 현지 경영진과 함께 진행한 첫 세일즈 성과 예측 회의에서 로버트는 예측 프로세스가 엉망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권위적인 태도로 잘못을 질타하고 해결책을 지시하는 대신, 하고 싶은 말을 자제한 채 일종의 학습 프로세스를 개시했습니다. 그는 현재 방식의 한계점과 새로운 접근법의 장점을 경영진 스스로 깨닫도록 도왔습니다. 또 일본 현지 상황에 대해서는 그들이 훨씬 더 상세히 안다는 점을 존중하면서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라며 의견을 물었습니다. 로버트는 그들이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주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간 함께 노력한 끝에 세일즈 전망에 활용할 탄탄하고 믿을 만한 예측 프로세스를 만들어냈습니다.(112면)

실수를 비판하지 않고 허용하되, 실수에서 배울 것을 강조해야 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알리면 실수해도 괜찮으며, 다만 거기서 배우고 빨리 극복해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하면 된다’는 인식을 팀에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실패해도 괜찮은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면, 팀원들이 실패해도 괜찮은 영역에선 자신감 있게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한편, 중요도가 높은 사안에서는 실수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고요.

상황 3. 구성원들이 도전하지 않고 안주할 때

한국의 한 가전제품회사의 CEO는 새로운 사업 부문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경영진을 모아놓고 자신이 생각하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그의 목표는 시장 1위 기업이 되는 것, 일류 대학 졸업생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서서히 높은 궤도에 오르는 방식을 택하지 않을 것이며 원대한 비전을 추구한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리고 시장 1위 기업이 될 방법을 궁리하는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켰습니다. CEO는 그들에게 기회를 발견할 단서들을 제공한 뒤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는 왜 이 사업을 하는가?” “우리는 이 업계에 종사할 자격이 있는가?” “경쟁사를 앞서려면 무엇이 필요한가?”(168면)

‘시장 1위 기업이 된다’라는 목표 달성에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1위가 될 방법에 대한 리더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시장 1위가 될 수 있는 기회와 이 기회를 잡기 위한 구체적인 도전과제를 제시해야 합니다.

상황 4.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루츠 지옵이 2003년 교육 사업 부문을 맡았을 당시, 이 사업은 기업 교육 파트너들과 손잡고 강사 주도형 수업을 주 5일 진행하는 전통적 방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익과 시장 범위는 목표에 못 미치는 저조한 수준이었습니다. 루츠는 2가지 난제에 직면했습니다. 첫째, 단기간 내 사업부가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 둘째, 고객 범위를 크게 확장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고객 숫자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 루츠는 기존의 기업 파트너들을 기반으로 이 목표를 달성할지, 아니면 학교로 눈을 돌려 더 과감한 접근법을 택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능력이 루츠에게 충분히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지만, 그는 토론의 힘을 신뢰했으며 사안의 중요성이 클수록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이들을 참여시켜 철저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팀원들을 모아놓고 큰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업 교육 파트너들 대신 학교들을 통해 교육 사업을 진행하는 쪽으로 초점을 옮겨야 하는가? 사업 범위 확장을 위해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타당한가?”(192~193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려야 할 경우라도 혼자서 혹은 소수의 측근과 ‘효율적으로’ 결정을 내린 뒤 결정된 사항을 강요하는 방식보다, 구성원들이 결정에 참여함으로써 결정 과정과 근거를 충분히 이해하게 될 때 더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엔 이러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 논쟁을 벌이느라 실행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지요.

상황 5. 구성원이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

맥킨지의 파트너인 최재는 아시아 최대 고객사 중 한 곳을 대상으로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이틀 앞둔 팀을 지도하고 조언을 제공하기 위해 점검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회의가 진전 없이 정체되자 최재는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화이트보드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적고는 팀원들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각도로 보라’고 권유하는 것에서 멈췄습니다. 그러자 팀원들은 다시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로 여러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밀어붙이며 토론에 속도를 냈습니다. 그는 리더의 역할에 대해 “리더는 사람들을 가르치고 코칭할 수 있다. 하지만 그다음엔 펜을 돌려줘야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아직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219~220면)

구성원이 문제에 부딪혀 해결책을 찾지 못할 때는, 대신 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검토한 뒤 해결책을 제안할 것을 다시 요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성원은 자신이 찾은 해결책의 결과를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
‘멀티플라이어’로 일하기 위해선 리더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으나, 아무리 철저한 자아 성찰을 거치더라도 스스로 관찰하기 어려운 행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디미니셔처럼 행동할 의도를 가진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지요. 이럴 때는 360도 리뷰 결과를 참고하거나, 구성원에게 1:1 미팅을 통해 직접 아래의 질문을 던져보세요. 의도치 않게 내 안의 디미니셔가 멀티플라이어를 누르고 튀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1:1 미팅 어젠다 (책 279면 참고)
- 평소 나의 행동 방식 중에 좋은 의도에서 나왔음에도 사람들의 아이디어나 행동을 억누르는 것이 있는가?
-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 디미니셔 효과를 일으킬 때가 있는가?
- 사람들에게 내 행동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는가? 그럴 때 내 행동은 실제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 나의 어떤 점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는가?

추가영(gaby@lemonbase.com)

추가영(gaby@lemonbase.com)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합류 전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파워풀』을 번역하면서 한사람 한사람 저마다 가진 ‘힘’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