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리더가 답이 아닌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

📚북캠프에서 <리더의 질문법>

'좋은 리더는 좋은 답을 할 수 있어야 할까,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할까'

레몬베이스가 여러 기업의 팀 리더들과 함께 팀의 성과를 높이는 방법에 대한 책을 읽는 커뮤니티 '레몬베이스 북캠프'를 진행하면서 마주한 많은 리더들의 고민입니다. 팀으로 함께 일하다 보면 다양한 문제에 봉착하기 마련이지요. 이때 리더는 빠른 해결을 위해 문제의 원인을 단정 짓거나, 익숙한 기존 방식대로 접근하려 하기 쉬운데요. 예를 들어, 안전 규정을 위반했을 때 문책성으로 담당자를 바꾸라는 '답'을 제시하는 것은 어쩌면 그저 손쉬운 방법에 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레몬베이스 북캠프' 3기에서 처음 함께 읽은 책, <리더의 질문법>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단언'이라고 부르며, 실제로는 그렇게 제시된 답이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책에서 다룬 예화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규모가 큰 도시가스 회사가 있었는데, 안면 보호구를 비롯한 보호장비 착용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두었다. 정기 점검에서 한 전기 기사가 안면 보호구를 벗어 얼굴과 눈을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즉각 해고되었지만 관리자는 의무 조치인 사후 점검을 진행했다.

관리자: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에요? 우리 규칙을 알잖아요. 눈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거 몰라요?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이야기해줄 수 있겠어요?

직원(전기 기사): 지하 기계실에 내려가서 장비를 고치고 있었는데, 안면 보호구가 갑자기 뿌얘졌습니다. 날씨가 무척이나 덥고 습했거든요. 용접을 마무리해야 하는 순간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관리자: 이런 날씨에 쓰는 김 서림 방지 보안경이 있잖아요?

직원: 아니요, 보안경은 한 종류뿐이고 이런 날씨에는 무용지물입니다.(97면)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전기 기사가 안면 보호구 착용 규정을 어긴 것이었지만, 이러한 문제가 벌어진 진짜 이유는 보안경 성능에 있었다는 사실이 사후 점검에서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이번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준수한 안전 기록을 보유했던 해당 직원은 복직되었을 뿐 아니라, 습한 날씨에 김이 서리지 않는 안전 보호구 판매 업체를 물색하고 모든 수리 기사에게 그 안전 보호구가 공급되도록 본부에 권고하는 임시 태스크포스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라고 책은 전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후 점검에서 관리자가 전기 기사가 어떤 이유에서든 안면 보호구를 벗은 것은 규정을 무시한 행동이라고 단정 지으며 전기 기사 개인의 일탈로 발생한 문제로 몰아가며 처벌의 당위를 찾는 것에만 집중했다면 이처럼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겠지요. 이렇듯 관리자는 알 수 없었던 '그날'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이야기해줄 수 있겠어요?"란 '겸손한 질문'에 있습니다.

'겸손한 질문'이 리더에게 특히 더 필요한 이유

책의 저자인 에드거 샤인과 피터 샤인은 서문에서부터 "리더야말로 겸손한 질문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조합니다.(22면) 앞선 예시에서처럼 규정뿐 아니라 날씨, 장비 등 수많은 요소가 맞물려 돌아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리더라도 다 알지 못한다는 겸손한 태도를 견지하고, 다음 행동에 돌입하기 전에 질문할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단언과 대비되는 겸손한 질문은 무엇일까요? 위 예시에서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부 이야기해줄 수 있겠어요?"란 질문을 통해 실제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이 미처 모르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열린 태도로 질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작업 중에 안전 보호구를 벗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몰랐나요?" "평소에도 자주 규정을 어기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와 같이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규정을 어겼다는 사실에만 집중하여 이에 대한 확신을 더해줄 질문만 했다면, 상대는 방어적인 태도로 돌아서거나 변명을 늘어놓는 데만 급급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책은 이런 반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겸손한 질문을 소개하며 기술로서, 또 태도로서 겸손한 질문을 각각 이렇게 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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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질문의 정의
- 상대방의 발언을 끌어내고, 자신이 답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묻고, 상대방을 향한 호기심과 관심을 바탕으로 관계를 맺는 기술
-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질문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을 경청하고 그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며 관계 맺기 과정에서 자신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것을 아우르는 총체적 태도

겸손한 질문이 아닌 단언이 효과적이지 않은 이유 역시 같은 인식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단언에는 은연중에 (1)자신이 상대방보다 많이 안다 (2)자신이 아는 게 옳다 (3)상대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의 경험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54면) 상대방이 단언에 따르기보다 반발심을 갖기 쉽게 된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단언은 일시적으로 상대를 낮추는 반면 겸손한 질문은 일시적으로라도 자신을 낮추기 때문에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줄 수 있는 것이지요.

리더에게 '겸손한 질문'이 꼭 필요할 때

하지만 현실에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지름길을 두고 돌아가는 길이라고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꽉 닫힌 답변을 통해 지시를 하게 되면 이를 듣는 상대방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지름길을 제시했다고 생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질문을 했을 때는 곁길로 새거나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122면) 경우를 보기도 하지요. 하지만 혼자서는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도저히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상호의존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오늘날에는 질문과 경청을 통해 서로 돕고 함께 배워나가는 것이 길을 내는 유일한 방법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특히 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겸손한 질문을 통해 답을 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요? 책의 예시를 상황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복잡한 상황을 파악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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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제품 개발팀 중 한 곳에서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지만, 해당 팀이 난처한 상황을 솔직히 보고할 것 같지 않다.(222면)
"이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면 우리 임무가 전부 위태로워져요. 반드시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해요." (단언)
"좋은 소식이나 나쁜 소식 하나하나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팀으로서 함께 일한다는 거예요. 신제품 사업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확실하게 밝혀지면 부서장에게 보고할게요." (겸손한 질문)

책에서 예시로 제시하고 있는 단언과 겸손한 질문의 가장 큰 차이는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현황 자체를 곧 출시가 늦어질 위험이 큰 문제 상황이라고 결론을 짓고 대화를 시작하느냐에 있습니다. 겸손한 질문은 신제품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위험 요인으로 단정 짓기 전에 신제품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음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각자 맡고 있는 역할에서 파악한 정보를 제공할 책임을 갖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요구하기 전에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를 뛰어넘지 않는 것이지요. 복잡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또다른 예시를 들자면, 팀이 여러 대안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의 겸손한 질문은 "우리가 알아야 할 게 또 뭐가 있을까요?" 혹은 "어떻게 해서 이 상황에 이르게 되었을까요?"라고 묻는 것입니다.(33면) 리더가 대안 중 하나를 얼른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요.

감정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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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부서 회의를 주재하는 관리자인데, 부서 프로젝트의 진행 경과 보고서를 받고 싶다. 부서가 뒤처졌다는 사실을 막연히 짐작은 하지만 이유는 전혀 짐작하지 못한다. 지금 당신은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려는 참이다.(220면)
"이 현황판에서 노란색과 빨간색으로 표시한 문제를 모조리 해결해야 해요. 신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체면이 구겨질 거예요. 팀, 당신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단언)
"다뤄야 할 세부 항목들이 많으니까 각자 돌아가면서 핵심 프로젝트 현황을 공유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겸손한 질문)

'부서가 뒤처졌다는 사실을 막연히 짐작'하기만 해선 분노나 불안감에 휩싸이기 쉽습니다. 이때, 즉 "우리가 무언가를 관찰하고서 분노나 불안감을 느낄 때"가 겸손한 질문이 가장 필요한 경우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182면) 프로젝트 진행 결과만을 놓고 분노나 불안감을 드러내며 다그치는 데 급급하기 전에 각자의 상황 인식을 공유 받음으로써 맥락을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보다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솔직한 생각을 알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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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부하 직원에게 새로운 직무를 배정할 생각이지만 상대방이 흔쾌히 받아들일지 확신하지 못한다. 이것이 일종의 승진이더라도 그가 수락할지는 미지수다.(221면)
"당신을 XYZ 부문에 재배치하려고 해요. 매우 확실한 기회일 거예요. 사실상 승진이죠. 저만큼 기대가 크시리라 믿어요!" (단언)
"지금 직책이 어떤가요? 성과가 나오고 있나요? 혹시 다른 업무에 관심이 있을까요? 맡아보고 싶은 직책이 있나요?" (겸손한 질문)

겸손한 질문은 동기 부여 측면에서도 단언보다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매우 확실한 기회" "사실상 승진"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새로운 직무를 배정하면서 이에 대해 당사자로서 구성원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 일이 구성원의 경력 개발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지에 대해 들을 기회를 잃어버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맡아보고 싶은 직책이 있나요?"라는 열린 질문의 답변 안에서 새로운 직무 배정의 취지를 설명할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요.

마지막으로 겸손한 질문이 필요한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짚어보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우선 자신이 처한 상황과, 이 상황에서의 대화 목적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대화에서 정말로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71면) 스스로 묻는 것이지요. 리더가 자신의 시야에서는 알 수 없지만 알아야만 하는 정보를 파악하는 목적일 수도 있고, 동료와 관계의 물꼬를 트고 싶어 대화를 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요. 이렇듯 정보 공유와 협력, 더 나은 관계 구축에 목적이 있다면 더욱이 겸손한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추가영(gaby@lemonbase.com)

추가영(gaby@lemonbase.com)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합류 전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고, 『파워풀』을 번역하면서 한사람 한사람 저마다 가진 ‘힘’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