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은 변화의 적이 아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라는 옛 격언이 이만큼 지금 당장의 이야기인 적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에 따라 많은 회사들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또다른 변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AI가 촉발한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조직을 전면 개편하는 회사(링크)도 있고, 시장의 변화에 대처하려 큰 사업적 변화를 시도하다 오히려 단기 실적이 하락하는 사례(링크)도 보입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자신의 직무와 주변 환경을 둘러싼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여러 시도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변화해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가졌지만 발을 쉽게 내딛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요.

변화가 일상이 된 때에 그 대응 역시 '변화'인 것은 일견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가 (필연적으로) 좋은 것이며 파괴가 (필연적으로)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 결과적으로, 우리가 오늘날 직장에서의 변화에 대해 생각할 때 변화란 불가피하다고 가정하고 변화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즉 변화를 더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어떤 방법과 프로세스, 기술, 소통 방식을 도입해야 할 것인가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링크) 변화에 대한 반응으로 반사적인 변화만이 정말 유일한 선택지일까요? 오늘 Lemonbase Camp Biweekly(LbC Biweekly)에서는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안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주목해보고자 합니다.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이는 둘이 사실은 조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두 날개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변화를 위한 변화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변화하기 위해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요?

안정을 관리한다는 것은

리더십 전문가 애슐리 구달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를 통해 변화의 흐름 속 안정관리(stability management)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조직이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를 수행하는 것은 결국 변화에 잘 대응해 생산성을 높이고 종국에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인데, 이때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 기존의 시스템으로부터의 '안정'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사람이 변화를 마주하고 반응하는 방식과 연관이 있습니다. 지금껏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가파른 변화를 마주하는 많은 이들은 '변화는 곧 위협'이라는 경험적 본능에 따라 '변화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고,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바로 알기 어렵고, 내가 소중히 여겨왔던 유무형의 자산들을 변화가 빼앗아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일단 변한다는 사실만으로 변화는 좀 부자연스럽고 이상하다고 느낀다는 것이지요.(링크) 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부정적 인식을 경영진들이 바꾸어내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결과적으로 조직의 변화 시도의 70%가 실패로 돌아간다는 맥킨지의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링크)

이때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안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자신의 환경이 예측 가능할 때 ▲주변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일정 수준 갖고 있을 때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자신과 연결된) 장소와 의식(ritual)에 애착을 느낄 때 ▲자기가 들이는 노력의 목적이 명확할 때 사람들은 업무에 잘 적응한다고 합니다.(링크) 예측 가능성, 통제력, 소속감, 기존 시스템에 대한 애착 등은 모두 안정과 연결된 요소입니다. 끊임없는 변화가 가져오는 불확실성, 변동성, 시스템 및 관계의 해체 등과 대척점에 있는 내용이지요. 그렇기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변화를 통해 다음으로 나아가겠다는 선택을 했다면,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안정관리가 요구됩니다. 즉,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그를 통해 생산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질지'에 초점을 맞추어 지금이라는 특정 순간에 대한 긴급한 움직임을 꾀하는 변화관리 차원의 관점과, '무엇은 변하지 않아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어 조직 전반의 연속적인 환경과 현실을 관리하는 안정관리 차원의 관점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무조건 변화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조직에 가져올 충격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마련해 그 효과를 높이자는 것이지요.

변화의 흐름 속 안정을 지키기 위해 변하지 않아야 할 원칙들

구성원이 실제로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은 변화할 수 없습니다. 이때 구성원들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토대로서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조직이 변함 없이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1️⃣ 구성원들에게 변화와 관련한 정보가 솔직하게, 충분히 공유되어야 한다

조직 개편, 구조조정, 사내 시스템 변경 등의 변화를 경영진이 논의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막상 충분한 맥락 없이 결정사항 정도만을 통보받거나, 변화의 '진짜' 이유를 듣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례로, 한 틱톡 영상에서는 해고 통보를 받는 구성원이 회사로부터 막연히 '조직 차원의 조정'이라거나 '성과지표가 부진했다'는 정도로 뭉뚱그려진 이유만을 해고 사유로 듣게 된다는 내용(링크)이 많은 공감을 샀습니다. 꼭 해고가 아니더라도, 사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많은 경영진들이 조직 구성원에게 막연한 긍정의 뉘앙스를 담아 피상적인 방식으로 변화의 내용을 설명하곤 한다는 비판도 있고요.(링크) 이러한 전달 방식은 구성원들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정보를 누락함으로써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낮추고, 근거 없는 추측 등을 부추겨 오히려 위험 부담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에 연관된 내용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소통하고, 필요한 정보라면 충분히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가오는 변화가 '실제' '현실'이라는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은 정보를 요약적으로 전달한다면 오해의 여지를 줄이고 변화에 대해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링크)

조직의 변화에 대해 소통할 때 빠뜨리지 말아야 할 내용
- 변화하는 내용의 골자가 무엇인가?: 무엇이 변화하는지 맥락을 담아 설명한다.
- 이 변화는 왜 일어나는가?: 변화가 일어나는 '진짜' 이유를 밝힌다. 허울뿐인 명분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 변화 후 기대할 수 있는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 미래상을 가능한 구체적으로 공유한다.

2️⃣ 팀으로 함께 대응해야 한다

팀은 그 존재만으로 구성원에게 큰 안정감을 줍니다. 앞서 언급한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요소들은 팀에 의해서 유지, 관리됩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팀 안에서 업무 기대치를 논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은 구성원의 업무상 예측 가능성과 통제력을 높여주고, 팀 동료와의 관계는 소속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요. 그렇기에 조직 내 안정을 관리하는 데 팀은 매우 중요한 단위입니다.

이때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팀의 안정 확보를 위해 한가지 중요한 요소는 팀원의 '심리적 안전감'입니다.(링크) 변화에 대해 개방적이고 솔직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변화가 가져올 수 있는 어려움에 실시간으로 대처할 수 있는데, 만약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면 변화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이야기했다가 오히려 내 지위, 이미지, 경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고, 이러한 '망설임'의 상태는 곧 팀원의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실행과 상호작용의 단위가 보통 팀인 만큼, 팀 안에서 구성원의 심리적 안전감이 확보되고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안정을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팀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정렬(align)하는 과정을 통해 안정 확보를 넘어 변화에 대한 추동력을 더욱 높일 수도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설득력 있는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고 각 개인의 기여를 이 비전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팀과 리더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조직 전체가 단단히 정렬된 상태에서 새로운 지점으로 과감히 나아갈 수 있겠지요.(링크)

3️⃣ 구성원은 변화를 위한 도구가 아닌 '사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변화에 대응하는 구성원 한명 한명은 각각 감정을 가진 주체이며, 변화는 그 자체로 낯설기 때문에 감정적인 동요를 필연적으로 수반합니다. 변화가 나에게 가져올 영향을 예측하면서 걱정하거나 불안해하기도 하며, 그에 적극적으로 동조해야 할지 아니면 저항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결정된 변화에 대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어 무력해지기도 하고요. 이런 감정은 회사 안에서 일상적으로 깔려 있으며, 구성원의 성과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링크)

그러므로 조직의 안정을 유지하자면 이들의 감정적 공간을 확보하는 일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앞선 설명들을 통해서 알 수 있듯 구성원이 '느끼는' 안정은 결국 인간의 근본적인 심리적 욕구와 맞닿아 있으며, 그렇기에 안정관리는 조직 전반의 환경을 관리하는 형태로 나타나게 됩니다.(링크) 변화가 가져오는 감정적인 영향을 인정하고, 소통을 통해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다면 조직의 안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팀 안에서 변화에 대한 정보나 인식을 서로 공유하고 감정적인 지원을 주고받는 시간을 고정적으로 확보해 의식(ritual)화하는 모습 등이 이러한 여지의 구체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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