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가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네요

2025년 상반기가 벌써 끝나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루하루 바삐 지내다보니 반년 전의 일들은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6월 마지막 주를 지나는 지금은 반기를 단위로 성과관리를 하는 많은 기업들이 상반기 리뷰를 진행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지난 반년 동안의 내가 한 일의 기록들을 '성과리뷰'라는 문서로 정리해내는 5단계 과정을 소개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리뷰 시즌을 맞이했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뷰 작성을 앞두고 걱정, 불안이 앞서는 분들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준비했습니다. 셀프 리뷰는 우리가 해온 일들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조직 안에서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기회(링크)인만큼, 막막할 수도 있는 첫 문장을 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한 일’의 메모를 성과리뷰(평가)로 바꾸는 5단계
1️⃣ 프로젝트와 결과, 과업 등 성과의 단서를 한 곳에 모아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상반기 동안 했던 다양한 일들의 '흔적'을 모으는 일입니다. 업무용 캘린더, 업무 툴, 이메일, 발표자료, 회의록 등 지난 6개월간의 기록들을 찬찬히 다시 들여다보며 셀프 리뷰의 중요한 재료가 될 수 있는 단서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보세요. 그 다음 발견한 단서들을 종합하여 상반기 동안 내가 한 일과 성과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프로젝트나 과업의 결과를 간단히 설명(링크)하는 '성과 목록(a list of your accomplishments)'을 작성해보세요. 판매 실적, 고객 만족도 점수 등 측정 가능한 결과 데이터와 더불어 고객 피드백, 동료의 칭찬, 경영진의 인정 등 업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도 빠짐없이 정리합니다. 성과는 일의 결과로 나타나는 숫자와 함께 맥락과 과정으로도 증명할 수 있으니까요.
2️⃣ 회사의 목표에 기여한 성과를 중심으로 선별합니다
성과의 단서를 모았다면 그 다음에는 더 중요한 성과를 선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때 기준은 나에게 의미 있었던 일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에 기여했는가'일 텐데요. 회사의 목표 달성에 직접 기여한 업무를 선별하기 위해 '내 노력이 없었다면 달성할 수 없었던 일들'을 떠올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매출 증대, 비용 절감, 프로세스 혁신을 이룬 성과가 있다면 이에 집중하는 것도 좋습니다.(링크)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는 업무는 일상 업무에 해당하지만, '효율성 제고'라는 회사의 목표 하에 데이터베이스 업그레이드 제안 및 실행, 데이터베이스 사용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워크플로우 구축 등을 수행했다면 목표 달성을 위한 업무에 포함하는 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 안팎에서 나의 업무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 즉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가치(혹은 영향)을 주었는가를 기준으로 중요성을 판단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링크) 이해관계자의 눈으로 업무를 살펴보면 나의 성과를 더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됩니다. 내가 맡았던 업무가 고객이나, 동료, 경영진, 외부 파트너에게 어떤 가치를 주었는지 되짚어 보세요. 그들이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일을 하게 되었거나,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면 그건 중요한 변화입니다. 변화를 증명할 수 있는 수치나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더욱 좋고요. 예를 들어, '영업 교육 프로그램을 4회 진행하여 10명의 AM(Account Manager)가 교육을 수료했고 이로 인해 2분기 파이프라인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는 설명은 내가 한 일(영업 교육 강화)이 이해관계자(AM)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드러냄으로써 기여의 크기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책 <멀티플라이어> <임팩트플라이어>의 저자 리즈 와이즈먼에 따르면, 이해관계자의 관점으로 내 일의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 스스로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당신은 그들의 어떤 문제를 해결했나요?
- 고객 등 이해관계자가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어떤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나요?
-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했나요?
- 이러한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데이터, 숫자 등 확실한 증거가 있나요?
3️⃣ 성과 창출을 위한 업무 방식과 회사의 핵심가치를 비교합니다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무엇을' 성취했느냐 만큼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느냐(링크)는 중요합니다. 조직의 핵심가치와 맞닿아 있는 방식으로 일했는지, 협업은 어땠는지, 실행은 주도적이었는지 등을 함께 돌아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 중심'이라는 가치가 중요한 조직이라면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불편을 바탕으로 제품 온보딩 프로세스를 개편했고, 이후 고객 만족도가 4.2에서 4.8로 향상됐다"는 설명은 '무엇을'과 '어떻게'를 동시에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협업을 강조하는 조직이라면, 다른 팀과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 경험을 중심으로 그 과정을 솔직하게 담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성과는 숫자가 말해주지만, 업무 방식은 내가 써야지만 보이는 영역인 점을 잊지 마세요.
4️⃣ 앞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미리 밝혀봅니다
좋은 셀프 리뷰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상반기 성과를 토대로, 앞으로 어떤 일을 더 잘하고 싶은지, 어떤 점을 개선하고 싶은지 등 다음 리뷰에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먼저 밝히는 것도 좋습니다.(링크) 예를 들어 “신규 고객 확보에만 집중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기존 고객 이탈률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방향 제시, 혹은 “이를 위해 월 1회 고객 성공 사례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프로세스를 제안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아이디어가 더해지면 신뢰를 더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개선하고 성장하고 싶은 점을 솔직하게 언급하면 균형 잡힌 시각으로 셀프 리뷰를 작성했다고 보여질 수 있고(링크), 나아가 셀프 리뷰의 독자인 평가자 입장에서는 ‘앞으로 성장할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어, 향후 기회와 연계될 가능성도 생깁니다.
5️⃣ 평가자의 관점으로 한 번 더 읽어봅니다
드디어 마지막 단계입니다. 초고보다 더 중요한 것이 퇴고라는 말이 있지요. 이는 리뷰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의 명확성과 설득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평가자의 시선으로 내가 쓴 리뷰를 한 번 읽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특히 내가 고생해서 해낸 일들이 왜 평가자에게는 가볍게 보였는지 속상했던 경험이 있는 분이 있다면, '어떻게 평가자가 꼭 알아야 할 것을 알게 할 수 있을까?'로 질문을 바꿔보시길 바랍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따르면 실제로 성과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관리자가 당신의 업무나 성과에 부여한 주관적인 가치 혹은 ▲상사와의 관계 ▲팀과 조직에 대한 헌신을 바라보는 인식(링크)일 수도 있습니다. 상사가 내가 한 일을 모두 알고 기억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텐데요. 상사는 여러 명의 직원을 관리하고 있고, 구성원들은 각자 목표에 집중하기에 개개인의 업적과 성취를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자신의 업적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주목받고 기억되는지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가 있음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려면 자신이 완료한 중요한 업무를 리더가 알아차리고 기억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뷰의 본질적인 주관성을 자신에게 가능한 유리하게 활용하는 차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나의 업무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당신의 업무 설명 방식'이 평가자가 그 업무에 부여하는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쉽다는 점 또한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이번 분기 우리 팀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던 '소셜미디어 팔로워 20% 증가'에 기여하기 위해, 카드뉴스 콘텐츠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이 콘텐츠는 기존 포맷 대비 도달률이 30% 높았고, 실제 팔로워 증가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처럼 내가 뭘 했는지를 보여주기 보다, '내가 조직의 어떤 우선순위에 기여했는지'를 중심에 놓고 설명한다면 평가자 입장에서 셀프 리뷰의 설득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리뷰 진행 과정 중에 여유가 있다면 평가 전 면담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전해드린 팁이 이번 리뷰 시즌을 준비하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리뷰에서 중요한 것은 '성실하게 돌아보는 태도'라는 점, 그리고 지난 반년 동안의 노력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2025년 상반기,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